"한국 좋아요" MZ들 열광…K유통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나라 [송영찬의 신통유통]

입력 2023-10-01 11:03   수정 2023-10-01 16:28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GS25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한국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모두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유통사라는 점이다.

유통 업계가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한 ‘해외 진출 트라우마’를 딛고 베트남에서 영토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연평균 7%에 달하는 빠른 경제 성장률에 힘입어 인구 1억명에 육박하는 시장이 구매력까지 갖추게 되면서다. 여기에 K팝, K푸드 등 선풍적인 한국 문화의 인기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인구, 빠른 경제성장률, 한류라는 삼박자
베트남이 1990년대부터 국내 제조 업계에 '블루오션'이 된 이유는 명확했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값싼 인건비, 외국 기업의 투자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유통 업계의 해외 진출 공식은 제조 업계와는 다르다. 유통사가 진출하기 위해선 싼 인건비보다는 큰 구매력이 중요하다. 도시화율도 중요하다. 아무리 인구가 많더라도 사람들이 농촌 위주로 뿔뿔이 흩어져 산다면 소매시장이 커질 수 없어서다.

그런데 2000년대 말부터 유통가에서도 베트남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에 구매력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화 속도도 빨랐다. 평균 연령이 32.5세로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이면 베트남 인구의 75%가 중산층에 편입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소비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베트남 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소매 시장 규모는 1420억달러(약 193조원)에 달했다. 오는 2025년이면 2.5배에 달하는 35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에 소득 수준이 빠른 속도로 오른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8%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3~2028년 베트남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6.6%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00년 베트남의 GDP는 약 390억달러로 태국의 3분의1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8년이면 차이가 6% 이내로 좁혀질 전망이다.

여기에 K팝, K푸드 등 현지에서의 높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진출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점포수(423개)를 보유한 미국계 편의점 서클K까지 김밥, 삼각김밥 등 한국식 간편식을 도입할 정도다. 한 국내 업체의 베트남 주재원은 "한국 업체의 매장에 가면 '오리지널' 한국 음식과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찾는 현지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이란 게 일종의 '스펙'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진출' 롯데 vs '마스터프랜차이즈' 이마트·GS
현재 베트남 시장에 가장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유통사는 단연 롯데다. 롯데는 지난 2008년 연 호찌민 1호점으로 국내 유통사 중 처음으로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를 필두로 현지에서 유통 계열사를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하노이 호떠이(서호·西湖) 신도시에 정식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롯데의 현지 진출 전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면적 약 35만4000㎡, 축구장 50개 크기의 베트남 최대 규모 쇼핑몰이다. 지난 2020년 착공해 3년간 6억3400만달러(약 8300억원)를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웨스트레이크몰엔 롯데그룹의 모든 B2C(기업 대 소비자) 계열사가 총동원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곳엔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몰 뿐 아니라 롯데마트, 아쿠아리움(롯데월드), L7호텔(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리아(롯데GRS) 등이 입점했다. 호숫가 부촌에 건설된 대형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과도 비슷하다. 실제로 내부 인테리어 및 디자인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같은 업체인 영국 베노이와 일본 노무라 공예사가 맡았다.


롯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베트남에서 제2, 제3의 웨스트레이크몰을 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호찌민의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 2015년부터 호찌민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60층 규모로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영화관, 아파트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롯데는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롯데건설의 주택사업까지 접목해 복합 자산개발의 결정체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차세대 복합 단지 개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롯데와는 사뭇 다르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호점을 열 당시만 해도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직진출'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베트남 법인 지분 전부를 현지 기업 '타코그룹'에 넘겼다. 1호점을 출점한 뒤 2호점의 용지까지 확보했지만 출점에 애를 먹게 되며 사업권을 현지 업체에 넘긴 것이다. 이마트는 이제 타코그룹에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현지 진출 방식을 변경했다.


이마트가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건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용지 매입과 인허가 등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마트는 이르면 다음달 호찌민에 현지 3호점인 '판우이익점'을 개장하는데 이어 오는 2025년까지 7개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현지 이마트 점포에서의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제품군의 입점을 명시화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를 통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받는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베트남에 진출한 GS25 역시 비슷하다. GS25는 지난 2018년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 손킴 그룹과 조인트벤처(JV) 형태의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진출했다. 이미 호찌민 등 베트남 남부 지역에선 미국계 서클K나 일본계 세븐일레븐 등을 모두 앞질렀다. 현지 법인에 일정 지분이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의 로열티를 지급받고 인허가 등에 있어서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기업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사회주의 국가...극복할 문제점도 여전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계에 마냥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모든 토지의 주인은 국가다. 베트남 국민들조차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가질 수 없고 사용권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베트남 내 모든 기업은 50년 간의 토지 사용 기한을 가질 뿐이다.

중국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드 사태 당시 롯데와 이마트 등 국내 유통사들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순식간에 20여년 간 쌓아온 공을 한 순간에 포기하고 나와야했다. 한·중 관계와 한·베트남 관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외국 기업을 대하는 중국과 베트남 정부의 태도도 지금은 분명 다르지만 '시점'의 문제라는 비관적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매력이 크게 올랐다해도 여전히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은 객단가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롯데가 지난달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점의 경우에도 하노이 최고의 프리미엄 몰을 지향했지만 명품 브랜드는 거의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하노이 도심의 백화점 '짱띠엔플라자'는 버버리·구찌·불가리·롤렉스 등의 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8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하노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을 짓고 현지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한국에 비해 객단가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트남의 성장 속도 만큼이나 해외 및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GS25의 경우 현지에 21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며 단숨에 현지 2위 편의점 업체로 올라섰지만 아직 현지 투자금 회수까진 갈길이 먼 상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편의점이란 업종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최소 400여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첫 올림픽을 유치한 지난 1988년, 한국의 1인당 GDP는 4520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GDP(4010달러)와 얼추 비슷한 수치다. 같은 한자 및 유교 문화권의 국가라는 점,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해 각각 '한강의 기적'과 '메콩강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점 등 한국과 베트남이 가진 비슷한 점은 많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건 경제 체제다. 과연 베트남이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포스트 차이나'가 될지, 새로운 사회주의 트라우마라는 의미의 '포스트 차이나'가 될 지는 전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에 달려있다.

하노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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